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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 백제 역사길+

등록일
2023년 12월 28일
수정일
2024년 0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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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1,400여 년 전 부여 땅으로 들어간다. 정림사는 웅진을 버리고 사비를 선택한 성왕의 뜻을 더 깊고 굳게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 듯하다. 무왕의 전설이 내려오는 궁남지와 백제의 마지막을 함께 겪어야 했던 부소산성 낙화암과 백마강은 오늘도 푸르기만 하다. 부여는 백제의 고도 사비의 흔적이 빛나는 역사의 길을 고스란히 품었다.
궁남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마를 캐던 소년이 서동요를 불러 신라의 공주를 신부로 맞이했다’는 이야기로 더 잘 알려진 무왕. 그가 600년 백제의 30대 왕에 올랐다. 우리는 지금 그가 만들어 놓은 낭만의 한가운데 ‘궁남지’에 서 있다. 무왕이 아들인 의자왕에게 통치권을 넘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일 중 하나가 궁의 남쪽에 인공연못과 인공산을 만든 것이다. 궁남지, 아직도 당시의 규모를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밝혀진 규모를 감안해서 살펴보면 아마도 연못 크기만 1만 평~3만 평 정도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 전체가 아니라 일부라는 것이다. 어디 규모뿐이겠는가, 삼국사기에 보면 수로를 만들어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또 물가에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 섬을 만들었다.

궁남지 포룡정. 연못 가운데 정자가 있고 정자로 가는 다리가 운치를 더한다.
버들잎에 연둣빛 물이 오르는 봄이면 낭창거리며 흔들리는 그 모양도 볼만하다.

연밭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그 옛날 무왕의 발걸음 위로 내 발걸음을 포갠다. 무왕은 아들인 의자왕에게 왕권을 넘겼고 의자왕 대에 백제의 역사가 단절된다. 제국의 꿈이 스러진 이 땅을 무왕은 예견했던 것일까. 지난 여름 화려했던 연꽃이 그립다.  아름다운 돌탑
궁남지를 나와 궁남사거리에서 직진, 오른쪽에 보이는 정림사지로 들어간다. 박물관도 있고 유명한 5층석탑도 보인다. 정림사지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면 앞에 박물관 건물이 보이고 왼쪽 옆에 5층석탑이 보인다. 석탑 앞에는 인공으로 파 놓은 연못이 있고 연못 뒤에 탑이 서 있다. 돌탑이 아름답다. 탑돌이 하듯 탑 주변을 맴돌았다. 가까이 다가서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바라보기도 했다. 1400년 된 돌탑이지만 아직도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아마도 비례와 균형의 법칙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 법칙이 어떻게 적용됐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바라보면 볼수록 아름다움은 깊어져 갔다. 탑 전체로 볼 때 상대적으로 긴 기단은 탑 전체에 힘을 실어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각 층의 지붕돌은 그 끝이 조금씩 하늘을 향하고 있어 하늘로 솟구치는 기상이 느껴진다. 장중하면서도 경쾌한 정림사지5층석탑 하나로도 정림사지를 찾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겠다. 이 탑은 아름다움 이면에 역사의 흔적을 안고 있다. 나당연합군으로 참전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이라는 뜻의 글귀를 이 탑에 남겨놓아, 한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조차 ‘평제탑’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던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꽃 같은 그들, 낙화암에 다시 피어나다
정림사지에서 정문으로 나와 우회전해서 조금 가면 궁남지에서 걸어왔던 그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만나면 우회전해서 부소산성을 향해 간다. 미성삼거리를 만나면 구드래나루터 방향으로 가지 말고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 길 왼쪽에 부소산성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있다.(부소산성 이정표만 따라가면 된다.)

부소산성 반월루. 반월루에 올라 보면 부여 읍내가 한 눈에 다 보인다.

백제의 고도를 걷는 역사 기행이다. 연꽃으로 유명한 궁남지는 백제 무왕의 전설이 남아 있는 곳이다. 정림사지 5층석탑과 박물관을 돌아보고 삼천 궁녀의 전설이 전해지는 낙화암과 고란사를 돌아보는 코스다.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고 부소산 비탈길을 걷는 구간도 있다. 아스팔트 길을 걸을 때는 다소 팍팍하겠지만 각각의 역사 유적지에서 알고 느끼는 감흥은 걸어야 제맛이다. 정림사지와 부소산성은 출입시간이 정해져 있다. 정림사지는 겨울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여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부소산성은 겨울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여름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글∙사진 장태동여행기자를 거쳐 2003년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살고 있다. 전국을 걸어 다니며 글 쓰고 사진 찍는다. [서울문학기행],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가 살아 있는 서울·경기], [맛 골목 기행 ], [서울 사람들], [대한민국 산책길] 등의 책을 썼다. 이름 없는 들길에서 한 번쯤 만났을 것 같은 얼굴이다.

발행일  201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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