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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비밀을 품은 판구조론 이야기

등록일
2025년 04월 30일
수정일
2025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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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구의 역사가 거대한 퍼즐처럼 맞춰져 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과학자이자 모험가인 알프레드 베게너(1880~1930)가 처음 제안한 ‘판게아(Pangaea)’ 이론은 한때 무시당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의 형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베게너의 도전부터 지구 내부의 역동적 운동, 그리고 한반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 봅니다.


1. 베게너의 대담한 주장과 유산

  • 알프레드 베게너는 남아메리카 동안 해안과 아프리카 서안의 지도가 마치 맞춰진 퍼즐 조각처럼 딱 들어맞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에 지층과 화석 분포가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하여 1912년 《대륙과 해양의 기원》에서 초대륙 판게아의 존재를 주장했죠.
  • 당시에는 대륙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설명할 수 없어 비웃음을 샀지만, 베게너의 아이디어는 1960년대 등장한 **판구조론(Plate Tectonics)**으로 되살아났습니다.

3개 땅덩어리와 2개 습곡대가 한반도 구성A.베게너가 주장한 가상의 원시대륙 판게아<이미지 제공: 한겨레 조홍섭 기자>

남쪽에서온한반도

3개 땅덩어리와 2개 습곡대가 한반도 구성

A.베게너가 주장한 가상의 원시대륙 판게아<이미지 제공: 한겨레 조홍섭 기자>


2. 판구조론: 지구의 내부 엔진을 설명하다

판구조론은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1. 맨틀 대류(convection)
    • 지구 내부 맨틀에서 뜨거운 물질이 올라오고, 식은 물질이 내려가며 거대한 순환을 형성합니다.
  2. 해저 확장(seafloor spreading)
    • 해령(mid-ocean ridges)에서 새로운 해양판이 생성되고, 양쪽으로 퍼져나갑니다.
  3. 판 수렴(subduction)
    • 생성된 해양판은 대륙판 밑으로 가라앉아 소멸하며, 이 과정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일어납니다.

이 움직임이 수억 년에 걸쳐 대륙을 이리저리 옮겨 놓았습니다. 인도 대륙이 과거 연간 약 20cm 속도로 북쪽을 향해 질주해 히말라야를 솟구치게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3. 한반도의 기원을 찾아서

많은 사람이 한반도를 단일한 땅덩어리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3개의 육괴2개의 습곡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육괴(Block): 낭림육괴, 경기육괴, 영남육괴 (모두 선캄브리아대)
  • 습곡대(Fold Belt): 임진강대, 옥천대 (중생대 초 형성)

3.1 남반구에서 시작된 여정

고지자기 연구에 따르면, 약 5억 년 전 한반도 땅조각들은 곤드와나대륙 북쪽 변두리, 남반구 저위도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2억 6천만 년 전 두 개의 조각이 떨어져 나와 1억 8천만 년 전 합쳐지며 중한(한·중·일) 지괴를 이루었죠.

3.2 로라시아와의 만남

이 중한지괴는 계속 북상하여 1억 2천만 년 전 로라시아대륙의 시베리아지괴와 충돌, 오늘날의 유라시아 형성을 완성했습니다.

고생대 표준화석인 삼엽충
<이미지 제공: 한겨레 조홍섭 기자>.


4. 암석과 화석이 증명하는 이동의 흔적

  • 고지자기(Paleomagnetism): 암석이 굳을 때 기록한 당시 지구 자기장의 방향을 통해 암석이 굳어진 위도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 생물지리학(Biogeography): 고생대 표준화석인 삼엽충 화석 분포를 통해 한반도가 호주·중국과 가까웠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윤수 박사(지질자원연구원)는 서해 백령·소청도에서 약 8억 년 된 암석의 1차 고지자기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며, 한반도의 이동 범위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10억년 전 한반도 원초적 ‘뿌리’ 찾을 단서

한반도의 지체구조<이미지 제공: 이윤수>


5. 앞으로의 연구, 그리고 우리 땅의 뿌리

선캄브리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구는 쉽지 않지만, 로디니아(Rodinia) 초대륙 시기(약 10억 년 전)까지 한반도의 지리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중국지괴와 북중국지괴, 한반도의 각 육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충돌·융합되었는지에 대한 증거가 쌓여가면, 우리 땅의 진정한 뿌리를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문헌 및 추가 읽을거리

  • 조홍섭, 한겨레, “한반도 구성 지체구조의 비밀”, 2025년
  • 이윤수 외, 지질자원연구원 보고서, 2025년 예정 논문
  • Hall, R., & Gaina, C. (2009). “Phanerozoic reconstructions of the Indonesian region.” Tectonophysics, 458(3–4), 83–98.

지금 여러분이 딛고 있는 이 땅도 수억 년의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다음에 산을 오르거나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그 한 조각이 먼 옛날 남반구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온 여정을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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